마케팅의 수많은 이론들이 있지만, 마케팅의 국룰은 운칠기삼인듯합니다. 그만큼 뜻밖의 변수로 화려한 성공을 거둘 수도, 상상도 못했던 쪽박도 만날 수 있는게 마케팅이죠. 오늘은 마케팅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볼까해요. 잘 따라오세요~ 컴온!
잘 나가고 있는데 왜 바꿔!
망한 마케팅의 대명사하면 LG전자를 많이들 떠올리실텐데요, 예전에 LG전자와 거래했을 때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께요. 요즘 MZ세대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핸드폰이 한창 경쟁을 이루고 있을 때의 이야기예요. 당시 핸드폰은 지금의 스마트폰과는 달리 셀룰러폰이라고 해서 겉모양부터 화면의 색감, 케이스의 질감, 버튼의 모양과 배치, 안테나의 유무, 그리고 심지어는 벨소리까지 각각의 특화한 기능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었어요. 당시 유명한 브랜드는 걸리면 걸린다는 현대 걸리버, 어디서든 터진다는 삼성 애니콜, 톡톡튀는 디자인의 LG 사이언, 그리고 감성 벨소리의 최강자 SK 스카이 등등 정말 브랜드들도 다양하게 있었죠. 선두주자였던 모토로라와 뒤늦게 한국시장에 진출한 세계 최강 노키아, 일본의 소니 등등 외국산 제품도 있었고, 후발주자로 팬텍 코리아의 제품도 있었을 시기예요.
디자인이나 기능도 다양해서 바타입의 핸드폰부터 휴대성을 강조한 접는 핸드폰, 슬라이드폰 등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으니 그만큼 핸드폰을 바꾸는 재미도 솔솔했었죠. 문제의 그 사건은 바로 이 슬라이드폰이 한창 유행이었을 때의 일이었어요. 제일 선두주자는 SK 스카이였어요. 클럽에서 두 남여가 서로 마주보며 안은 상태에서 여성을 위로 올려주는 모습을 보여주며 슬라이드 기능을 강조했던 광고가 아직도 생각 날 정도로 당시의 인기는 정말 최고였죠. 이러한 인기로 인해 삼성, LG 등등이 모두 이 슬라이드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디자인들을 만들어내곤했어요. 당시에도 M/S에서 상당히 뒤쳐져 있던 LG는 진짜 온힘을 다해 사활을 걸고 야심차게 엄청난 슬라이드폰을 출시하게 되었는데 그 핸드폰이 바로 "바나나폰"이었어요.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보조금까지 더하면 공짜폰 수준이 될 정도로 가성비도 훌륭하고 디자인마저 너무 예뻐서 유통망에선 너도 나도 이 귀한 물건을 선점하려고 줄을 섰었습니다. 당시 LG 담당자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연신 많이 나갈 수 있게 잘부탁한다고 인사까지 하며 공급 물량을 약속하기도 했었죠. 출시되고 얼마되지 않아 그야말로 대박을 친거라 이내 전국 재고가 바닥이 나기 시작했어요. 당시 온라인 유통담당이었던 저는 간만의 LG의 성공에 내심 만년 꼴찌였던 LG가 잘되니 응원하는 마음에 열심히 도와주려는 마음까지 생겨 상품의 원활한 공급을 준비하기 위해 LG담당자에게 언제쯤 새로운 물량이 들어올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었습니다. 응당 금새 공급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을 줄 알고 있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뜬금없는 소리였어요. "지금 제조 라인을 교체하느라 한달 이상 기다려야 새 물량이 나올겁니다".... "네? 지금 한참 인기있는 폰인데 왜 제조라인을 교체하나요????"
황당했던 그의 대답에 원인을 찾아보니, 처음에 노란색 디자인의 바나나폰 생산 계획을 얼마만큼만 찍어내고, 뒤 이어 녹색 디자인의 바나나폰을 생산한다라는 계획을 세운지라 제조 라인을 교체하는 거였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고객들은 새로운 맘에 드는 디자인의 핸드폰이 계속 공급되길 기다리는데, 공급자가 다른 디자인을 들고 나왔고, 이 새로운 녹색의 바나나폰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습니다. 싸늘하게 인기가 식어버린 것이죠.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LG전자.... "누가 잘 익은 바나나를 먹고싶지, 아직 익지도 않은 바나나를 먹을까!"
마케팅은 타이밍! 원활한 공급과 적절히 치고 빠지는 전략을 잘 세워야 하는데, 이 사례는 너무도 생각이 없는 계획이었던 것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한국사람을 고민하게 만들지마!
세계적인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 잘 아시죠? 서브웨이는 간편하게 만들어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맛좋은 샌드위치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데요, 미국에서 서브웨이가 잘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해드릴께요.
우선 미국은 살인적인 Tip 문화가 있는 것은 잘 알고 계실꺼예요. 보통 음식값의 15%에서 최근에는 25%까지도 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금액인데요, 그 퍼센티지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해요. 내가 높은 지위에서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25~30%정도의 팁을 내고, 그렇지 않다면 15% 수준으로 내는 그런 식의 문화입니다. 다만 이 팁은 "식당에 앉아서 서비스를 받으며 먹는 곳"에서만 내는 것이에요. 맨하튼의 공원에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간편한 테이크아웃 음식을 즐기는 진짜 이유는 이런 팁을 내지 않고 돈을 아끼기 위함이예요.
서브웨이가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기인해요. 테이크아웃 패스트푸드이긴한데, 여러 재료를 내 입맛에 맞춰 골라만들 수 있다는 이 행복한 선택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죠.
이 맥락에서 보면 한국의 식당문화는 미국과는 천지차이예요. "이모~~~" 한마디만 하면 주문부터 반찬리필까지 해결이 되는 대접받는 식사문화죠. 게다가 그 모든 서비스가 공짜예요. 음식값도 저렴한데 서비스까지 팁없이 공짜라니... 미국과는 영 딴판이죠.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대접받는 것이 매우 익숙해요. 식당에서 음식값을 지불하면 응당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한 문화죠. 엄청난 파워를 가진 Magic spell...."이모!"만 있으면, 내가 반찬을 고를필요도 없고 음식을 고르지 않아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오거든요..."이모~ 아무거나요"
그런데 서브웨이는 이런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적었어요. 요즘에야 겨우 패키지 상품이 나오기 시작하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수많은 재료를 고객이 다 선택해야 하죠. 좀만 선택이 늦어도 주문받는 종업원들이 마치 찐따를 보는 냥 눈치를 주는 문화이다보니 점점 서브웨이는 대중적이기보다는 특정 고객이 이용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맥도날드는 그래도 한국에 들어온지 30년이 넘다보니 적응이 되었나봐요. 테이블링 서비스라는 것을 도입해서 대접받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을 정확히 공략하고 있죠.
사기는 치지 말자
맥도날드 얘기가 나와서 생각이 난건데, 맥도날드의 라이벌이라고 하는 버거킹의 이야기예요. 불과 몇달 전 버거킹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소식을 듣게 되었죠. "와퍼 판매가 종료됩니다"... 아니 세상에!!! 가끔 뭉개진 토마토와 포장지를 녹여 뚫고 나오는 소스가 그리워 찾던 와퍼가 판매 종료된다니!!! 버거킹은 와퍼 아니면 뭘 판다는 거지??? 버거킹의 시작과 끝인 와퍼를 포긴한다는 건가?
이 엄청난 소식에 그 마지막 가는 길을 환송해줘야 겠다는 맘으로 버거킹을 찾아 와퍼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새로운 와퍼가 출시됐다며 뻔뻔하게 광고를 하는 버거킹을 보고 쟁반을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이 되네요.
아무리 어그로 끌고 싶어도 이런 자해공갈성 마케팅 하다가 진짜로 골로 갈 수 있습니다. 반성하세요 버거킹!
(이런거 하지말고 포장지나 좀 어떻게 해보시길...매번 소스에 녹아 찢어진 포장지 사이로 삐져나온 양파와 소스들을 처리하기 힘드니...)
오늘은 가볍게 망한 마케팅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담을 담아 알려드렸어요.
담번에 더 재밌는 주제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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