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최근 은퇴를 번복하며 극장판 에니메이션 하나를 발표했어요. 제목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하야오의 깊은 역사에 관한 철학이 담긴 또 하나의 명작이었습니다. 다소 내용이 깊이 있는 것이라 보고 나면 "도대체 무슨 얘기지?" 한다는 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알려드릴께요.
하야오의 독특한 시각
하야오의 작품들을 보면 완벽한 선도, 완벽한 악도 없는 어정쩡한 그 가운데 지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선악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뭐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붉은 돼지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한국인의 시선에선 저 캐릭터가 분명 나쁜 놈일텐데...왜 나중엔 그냥 웃긴캐릭터로 끝나는거지? 라는 의문이 들죠. 그의 초창기 장편 TV 애니메이션이었던 미래소년코난에서도 악당이었던 선장도 한편이되고 절대 악인 국장마저도 마지막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 분명 하야오는 선악의 확실한 구분이 없는 현실 세계에 대한 깊은 철학이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칼로 두부를 자르듯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거든요...
진짜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적인 악인도 절대적인 선인도 없이 그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행동을 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죠. 너무도 복잡한 세상인데, 하야오는 그런 세상을 다양한 캐릭터를 이용해서 다채롭게 그려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인 작가라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의 줄거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2차세계대전 말기의 도쿄공습으로 말미암아 병원에 있던 엄마를 화염속에 보낸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렇게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함께 도쿄에서 벗어난 시골로 내려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새 엄마가 될 아빠의 새부인인 이모(엄마의 동생)를 만나게 되요. 새엄마는 소년의 아버지로부터 생겨난 아이를 임신을 한 상태였고, 소년은 이 상황을 다소 혼란스럽게 받아드립니다. 아버지는 일본이 자랑하는 제로전투기의 캐노피를 만들어 공급하는 공장의 공장주여서 집안 살림은 꽤 유복해 보입니다.
소년은 이 곳에서 이상한 왜가리, 말하는 왜가리를 만나게 되고, 이 마을의 옛부터 하늘에서 내려온 신비로운 탑을 통해 신기한 모험이 이뤄집니다. 이 곳에서 죽은 엄마를 만나고, 사라진 새엄마도 만나고, 큰 할아버지도 만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메인 줄거리입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영화를 보시거나 나무위키등을 보시면 아실 수 있으니 줄거리 얘기는 여기서 마무리 할께요.
메이지유신이란 선물, 그것을 잘못 활용하는 후세들
먼저 이건 저만의 해석이니 이것이 옳다 그르다의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틀렸다고 생각되신다면 바로 당신의 생각이 정답입니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탑은 진짜 갑작스레 선물처럼 내려온 메이지 유신을 의미합니다. 그전까지의 일본은 에도막부시대로 쇄국정책을 앞세운 국가였어요. 서양과의 교류를 극히 제한하며 특히 예수회를 탄압했죠. 그러다 미국의 흑선이 도착하고 이를 통해 강제로 개방을하며 메이지유신을 통해 새로운 국가가 된 것은 어찌보면 선물과 같은 것이었어요. 주인공인 마코토의 큰 할아버지는 메이지유신 이야기를 하며 큰 선물을 받았다고 표현합니다. 맞아요. 이 때부터 일본은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었어요.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나라에 서게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들에겐 엄청난 축복이었지요.
하지만 그 후 이 선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신비한 세계에 들어간 주인공이 만난 펠리컨들은 아마도 일본의 군부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성안에 있던 앵무새들은 이 군부를 이어받은 제국주의자들을 의미하구요. 귀여운 생명체인 와라와라들이 진짜 세계의 생명으로 탄생되기 위해 날아오를때 이들을 공격하며 잡아먹던 펠리컨 중 불꽃을 맞아 날개를 다친 펠리컨이 죽어가며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어떻게든 날아서 이 세계를 탈출하려 했지만, 결국 탈출할 수 없었고 우리 다음 세대들은 나는 법조차 잃어버려 살기위해 저렇게 와라와라들을 먹는 것이라고... 메이지유신 초창기 세대들은 탈아시아를 꿈꾸며 커왔지만, 결국 그 꿈을 방향을 잘못잡아 잃어버리고 그저 탐욕스런 침략만 반복하는 그 시대상을 묘사했다고 생각되어져요.
큰 할아버지는 작은 돌들을 쌓으며 세상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자신은 늙어서 마코토에게 후계를 물려주려하죠. 하지만 현명한 마코토는 메이지유신의 기반위에 조금씩 비틀어져 쌓아올리는 위태위태한 돌탑을 계속 쌓아가는 것은 무의미함을 느끼죠. 결국 제국주의자인 앵무새들의 왕의 칼에 톨탑은 무너지고 그렇게 위태롭게 성장하던 일본의 세계는 무너져가게 됩니다. 전쟁의 패전이며 나라의 패망이죠.
그래도 큰 할아버지는 하나의 숙제를 남겨줍니다. 마코토가 후계를 물려받아 정의롭고 안전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이끌어달라고 말이죠...
극 초반의 마코토가 이 이상한 세계로 넘어오기 전에 엄마가 남겨준 책선물을 하나 받는데 그 책의 제목이 바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예요. 이 책을 준 날이 바로 '쇼와 12년', 쇼와 12년은 바로 1937년으로 중일전쟁이 발발하던 시기이자 난징대학살이 있었던 시기이죠.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은 조선의 국왕인 고종이 스스로 나라를 팔아 넘겨, 소위 총한발 쏘지 않고 차지하게 되었고, 당시 주인 없던 만주를 또 손쉽게 차지했었죠. 어찌보면 전쟁없이 확장한 영토라 평화롭게 확장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물론 당한 쪽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아무튼 여기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지만 (물론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승전이 큰힘이 되었지만...) 중일전쟁이 단초가 되어 패망의 길로 접어 든 것이니 - 중일전쟁으로 전선이 넓어지고,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의 확장을 암암리에 승인했던 미국이 제동을 걸기 시작한 계기가 바로 중일전쟁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의 시발점이 되는 시기가 바로 이 날입니다. 또 다른 복선이죠.
하야오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이 메시지를 전달하였다고 해석합니다. 뜻밖의 선물같았던 자신들의 영광을 이용해 전쟁같은 잔혹한 짓을 할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평화의 힘을 일으키는데 쓸 것인지... 그대들은 어떤 선택을 하며 살 것인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전자를 선택하면 참혹한 전쟁으로 슬픔 가득한 결말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라는 그의 오랜 반전 사상이 담겨있는 이야기라 생각 됩니다.
우리에게도 같은 이야기
오늘날 우리에게도 똑같은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우리는 외부의 도움으로 뜻밖의 독립을 얻었고, 그때껏 상상하지도 못했던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한 고도 성장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 선물을 기반으로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었죠.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귀한 선물을 서로 싸우고 헐뜯고 용서하지 못하는 병으로 갈기갈기 찢고 있는 현실입니다. 끝없는 반성을 요구하면서도 끝없이 용서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도 어쩌면 이율배반 아닐까요?
참 귀한 선물을 받은 그대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참담한 결과가 예상되는 증오의 길을 가실런지, 아니면 평화와 화합의 아름다운 길을 갈 것인지, 우리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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